‘막내의 매운맛’ 페퍼저축은행, 창단 첫 승

여자배구 ‘제7구단’ 페퍼저축은행이 6경기 만에 창단 첫 승을 거뒀다. 1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얻어낸 값진 승리다. 반면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은 충격의 6연패를 당하며 수렁에 빠졌다.

김형실(69) 감독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은 9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기업은행을 3-1(25:21/25:21/22:25/25:23)로 꺾고 창단 첫 승리를 거뒀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V리그에 합류하며 여자배구 7개 구단 시대를 연 막내 팀이다.

이날 경기는 누가 이겨도 첫 승의 의미가 있었다. 양 팀 모두 올 시즌 들어 5연패를 당하며,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유리한 건 페퍼저축은행이었다. 승리한다면 구단의 첫 승리라는 역사를 쓰지만, 아직 팀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만큼 패배하더라도 참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승리로 얻는 것에 비해, 패했을 때 잃을 것이 훨씬 적었던 셈. 더욱이 가장 최근 경기에선 리그 1위 현대건설을 풀세트까지 몰아치며 사상 첫 승점(1점)을 따내는 등 기세를 잔뜩 올린 상태였다.

반면 기업은행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도 나섰지만,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3인방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가 건재하고 전력 또한 ‘강팀’으로 분류됐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하자 무기력한 패배를 거듭하며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서남원 기업은행 감독도 경기 전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력이 올라왔다. 우리는 처진 상황이다.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경기 때 그대로 드러났다. 페퍼저축은행은 과감한 공격을 펼치며 기업은행을 쉴 새 없이 몰아쳤다. 특히 최근 기량을 만개하고 있는 엘리자벳이 무려 39득점을 뽑아내며 기업은행을 맹폭했다. 독보적인 활약이었다.

반면 기업은행은 잦은 실수를 반복하며 집중력에 문제를 보였다. 특히 기업은행은 이날 10개가 넘는 서브 범실을 기록하며 중요한 승부처마다 스스로 흐름을 내줬다. 김수지가 14득점, 표승주가 11득점으로 분전했으나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6연패에 빠진 기업은행은 이날 김희진마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며 근심이 늘었다.

인삼공사 새옷 입은 이소영, 친정팀 GS칼텍스 첫경기

돌아온 에이스의 파괴력은 친정팀에도 예외가 없었다.

케이지시(KGC) 인삼공사로 이적한 이소영(27)이 친정팀 지에스(GS)칼텍스와 경기에서 19득점 맹폭을 가했다. 인삼공사는 이소영의 활약에 힘입어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지에스칼텍스와 경기에서 3-1(25:15/29:31/25:18/25:20)로 승리했다. 이날 승부로 동률이었던 두 팀의 균형은 깨졌다. 인삼공사는 5승1패(승점 15)로 리그 2위에 올랐고, 지에스칼텍스는 4승2패(승점 12)로 리그 3위에 머물렀다.

이날 인삼공사는 첫 세트부터 25-15로 상대를 압도하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에스칼텍스도 2세트에 듀스를 거듭하며 31-29까지 가는 접전으로 세트 스코어를 동률로 맞추며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3세트에는 변수가 생겼다.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이 세트 퇴장을 당한 것이다. 사령탑이 없는 상황. 하지만 인삼공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소영과 옐레나(24)의 공격력은 막강했고, 박혜민(21)이 서브 에이스까지 꽂아 넣으며 상대를 무력화했다. 기분 좋게 3세트를 따낸 인삼공사는 4세트까지 기세를 이어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새 소속팀에 합류한 이소영이 처음 친정팀을 상대해 더욱 관심이 컸다. 이소영은 지난 시즌 지에스칼텍스에서 팀의 사상 첫 트레블을 이끌었고, 올 시즌 자유계약(FA)으로 인삼공사에 이적했다. 함께 맹활약했던 강소휘(24)가 지에스칼텍스에 그대로 남았던 터라, 둘의 재회도 화제를 모았다.

시즌 사이 팀을 바꾼 건 이소영만이 아니다. 인삼공사는 이소영을 데려오며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33)을 지에스칼텍스에 보냈다. 또 두 팀은 박혜민(21·KGC 인삼공사)과 최은지(29·GS 칼텍스)도 트레이드했다. 총 4명이 소속이 바뀐 것이다.

아직 양 팀엔 떠나보낸 선수에 대한 기억이 가득하고, 그 기억 속에서 새로운 맞수 구도가 탄생하고 있다.